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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ciousness

뛰어난 스승과 못난 제자

다재소능 2010. 5. 6. 13:53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매우 훌륭한 학자가 한 사람 있었다.

지금은 초야에 묻혀서 동네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수도에 있는 그 나라의 최고의 학당에 있는 이름 있는 학자들보다 전혀 뒤쳐질 것이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확실히 그들보다 더 뛰어났다.


그 스승의 밑에 제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매우 게으르고 늘 빈둥거렸다. 부모님이 글은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동네의 작은 학당에 나가곤 있었지만 늘 수업에 빠지기 일수였고 언제나 저자거리에서 동네의 한량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에 바빴다.


그러던 어느날 그 제자 녀석은 노는데 싫증이 났다. 그러다가 문득 갑자기 공부란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승을 찾아 갔다.

"선생님 공부란걸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스승은 한 마디를 했다.

"진심이냐? 정말 열심히 할 자신 있느냐?"

제자는 매우 호기롭게 선생에게 약속을 한다.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 여기 있는 저 샌님들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다음에 저기 학당 앞에 있는 나무에 꽃이 필  무렵이면 저는 아마도 최고의 학생이 되어 있을 겁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란걸 해볼테니 그 때 가서 평가해주십시오"

그 날 이후 그 스승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늘 수업 시간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제자의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스승은 목이 쉴 때까지 대답을 해줬고 때로는 제자가 공부해 온 내용이 엉망진창일 경우 호되게 나무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추운 겨울이 가고, 학당의 앞에 심어져 있는 나무에 꽃이 피었다.

하지만 제자의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스승과의 약속 때문이지 몰라도 예전처럼 수업을 밥 먹듯이 빼먹지 않고 꾸준히 수업에는 참석했으나 그는 늘 창 밖을 내다보며 멍하게 있곤 했다.


그렇다. 그는 그리웠던 것이다. 저자거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놀던 그 시절이...

그리고 겨울 내내 밤이면 공부는 하지 않고 몰래 집에서 나가 예전처럼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매우 뛰어난 스승과 말뿐인 못난 제자..

그 해 봄 제자의 집은 가세가 기울어서 더 이상 학당에 자식을 보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제자도 생업을 위해 저자거리의 푸줏간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렇게 그 제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채 학당을 떠나게 되었다.


마지막 수업을 받던 날

제자는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그 스승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고 열정적으로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당 문을 나오는 순간 제자는 차마 그 스승을 쳐다볼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참 못난 놈이었습니다. 저에게 투자했던 그 시간에 다른 학생들을 가르쳤다면 훨씬 보람을 느끼셨을텐데... 괜한 저의 호언장담 때문에 많은 시간을 뺐기셨던거 같아서 참 선생님께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리고 떠나야할 거 같습니다. 이제 공부란걸 다시는 할 수 없겠지만, 제가 제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찾아 뵙겠습니다... 계속 이런 식을 산다면 아마도 영원히 선생님을 못 뵙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강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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