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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resentation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다재소능 2009. 6. 28. 04:48

몇일 전 대한 늬우스가 다시 극장에서 나오기로 했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09년 현재의 나는 걸 프렌드의 부재로 영화관에 갈 일이 없긴 하다)

1. "미쳤다!" "지금이 21세기가 많는가?" 등의 비판이 오고 가는 대화를 하던 중에 문득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요새는 학원에 다니는 애들에게 물어 보면 조회라고 하던 걸 학교내 방송국을 통해서 영상으로 한다고 하는데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늘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교장선생의 훈시를 듣곤 했었다. 그리고 그 행사에서 훈시와 함께 언제나 빠지지 않는게 있었는데 그게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이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번영~" 으로 시작하는 성우 아저씨의 목소리에 맞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바로 이어서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를 전교생이 함께 불렀다. 그 시절엔 그러한 행사에 대한 불만은 단지 '귀찮고 다리 아픈데 왜 하지?' 라고 하는 조회라는 행사 자체에 대한 불만이었지 딱히 큰 불만은 가지지 않았었다.(물론 어떤 교장 선생은 30분 넘게 뭔가를 계속 전교생들에게 말하곤 했고 그건 정말 싫었다)

2. 나는 군사정권 하에서 정신 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몰라도 어렸을 적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방과 후 놀고 있다가 6시가 되면 국기계양대에서 태극기가 내려가면서 노래가 나오면 무엇을 하고 놀았던지 잠시 멈추곤 엄숙한(?) 그 의식에 동참하였다. 한손을 가슴에 올리고는 태극기가 내려가는 장면을 매우 엄숙하게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 때에는 뭔가 뭉클한 감정도 느꼈던 것 같다. 이 때만 하더라도 잘 교육받은 착한 학생이었던 것이다.

3. 세월이 흘러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면서 나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반동분자가 되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가끔씩 야구 경기를 실제로 보러 운동장을 찾는다. 플레이볼! 을 외치기 전이면 마치 조회 시간의 애국자 제창 시간처럼 애국가가 흘러 나온다. 그런데 난 3만이 넘는 관중들의 대부분이 일어나서 전광판의 태극기를 보면서 애국가를 경청하는 그 순간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다. 왜냐하면 국가 대항전도 아니고 자국내 프로야구 팀들의 경기에서 왜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지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가끔씩은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한 불편한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4. 최근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정치엔 눈꼽만치도 관심도 없는 내가 관심을 가질 정도면 말을 다 한게 아니겠는가. 이 나라의 통치자들은 계속해서 역사를 거꾸로 회귀시키려 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의 일련의 정책과 상황을 보면 파시즘적인 요소가 너무나 눈에 많이 뛴다. 확실히 현재의 통치자와 그 측근들은 내가 어릴 적 매달 한번씩 어느 나라를 순방해서 그 나라 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우표로 발행하던 나보다 통장 잔고가 적다는 대머리 아저씨를 동경하는 듯 하다. 정책 수립에 있어서 롤모델이 있다는게 나쁠 건 없다. 문제는 지금은 쌍팔년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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