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없는 변소

스테로이드 시대 본문

Baseball

스테로이드 시대

다재소능 2009. 8. 3. 00:07

1. MLB는 사용하였던 야구공의 반발력의 차이에 따라 1921년 이전을 데드볼 시대, 1921년 이후를 라이볼 시대로 구분한다. 근데 매우 유감스럽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시대명을 하나 더 추가해야할 듯 하다.

"스테로이드 시대"

나의 경우에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에 MLB를 봤던 것도 아니고(물론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AFKN에서 중계해주는 경기 말고는 볼 수 없는 환경이었다) 최근에도 추추 경기 때문에 OSB 중계를 가끔씩 보는 수준이지만

90년대 후반에 빅맥이라 불렸던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 갱신 경쟁, 그리고 다시 맥과이어의 기록을 배리 본즈가 갈아 치우고 이어서 본즈는 행크 아론의 통산 홈런 갯수 갱신하는 장면들을 똑똑히 보고 기억하고 있는 야구팬으로서 최근 몇년 간의 스테로이드 파동은 보고 있노라면 너무 씁쓸한 기분이 든다.


2. 야구의 꽃은 누가 뭐라해도 홈런이다. 그리고 홈런은 야구를 보고 있는 사람에게 무한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그게 약물빨로 만들어진 허상이었다면 그 홈런의 가치는?

물론 본즈와 같은 엄청난 배트 스피드(전에 엠비씨-이스폰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보니 본즈의 배트 스피드가 160km/h로 나옴. 참고로 이승엽이 150km/h)와 선구안을 가진 타자는 분명히 약물을 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홈런을 쳤을 것이 분명하다.


3. 비단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공정함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우리는 경기를 하거나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

A라는 선수와 B라는 야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와 B는 대동소이한 파워와 컨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수비 실력은 그다지 좋지 못해서 지명타자 슬롯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팀에서 경쟁중이다.

그런데 A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후에 폭발적으로 파워가 증가하였고 B는 그렇지 않았다. 당연히 그 팀의 지명슬롯은 A의 차지가 되었다.

홈 팬들은 A의 엄청난 홈런 갯수에 환호하고 A는 이 팀을 대표하는 타자가 되었다. 물론 A가 순전히 약물의 힘으로만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닐테지만 B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 게임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었다.

그러면 B도 약물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 B도 약물을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이 게임의 가장 큰 치명적인 부분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스테로이드는 선수 들 사이에 퍼져나가게 되고 결국 약물로 물든 전체 야구판이 되는 것이다.


4. 공교롭게도 KBO도 용병제의 도입과 함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매우 강력한 타고투저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홈런의 갯수와 최근의 홈런의 갯수를 단순히 비교만 해봐도 의심의 눈초리가 안 생길 수 없다.

몇몇의 선수가 약물의 힘으로 홈런을 쳤다는 루머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WBC와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통해 제2의 중흥기를 맞은 KBO도 도핑 검사와 같은 약물 없는 야구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야구란 운동 경기는 약물 의존적 경기라는 비아냥을 계속 듣게 될 것이다.

'Basebal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신수 확실히 달라진 위상  (5) 2010.03.31
Goodbye No.20 임수혁  (4) 2010.02.08
달라진 자이언츠  (4) 2009.07.17
SK야구와 사구  (0) 2009.07.13
추신수 클리브랜드 홈피 인터뷰  (4) 2009.06.24